2022-11-22 13:42
이렇게 글을 적는게 act ii 에 이로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발자취를 이 곳에 더욱 진하게 남겨야 나와 세상의 중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tv에서 흘러나오는 9시 뉴스 소리를 어렴풋이 들으며 K는 세상을 사는 자신이 극장 속의 관객같다고 생각한다.
K는 수동적인 관람객.
현재 상영작인 '세상'은 스크린 속에 펼쳐지고 있다.
영화가, 또는 연극이 끝나면 K는 그저 감상에 젖어, 또는 낄낄거리며 극장을 빠져나오면 그만이다.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한 줄 관람평 정도는 남겨본다.
또 때로는 K 자신이 극 속의 주인공인 것처럼 연기해보는 상상을 한다.
'재미는 있을 것 같은데 , 진짜 어렵겠다. 어떻게 남들 앞에서 저렇게 표출하지?'
흥미는 가는데, K와 너무 먼 이야기 같다.
연극이, 또는 영화가 끝나고 K가 극장을 나가려는 순간, 갑자기 극장을 빠져나갈 출구가 잠겼다.
극장 안에는 K 혼자 뿐인데.
다행인 것은, 안에서는 문을 열 수 없어도 밖에서는 열 수 있는 구조였다.
이 곳을 빠져 나가려면 K가 무대 위에 올라 또 다른 관람객이 극장 문을 열어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수 밖에 없다.
객석의 어둠에 잠기기 무서워 K는 마지못해 도망치듯 한 걸음 한 걸음, 무대를 향한 계단을 오른다.
'어떡해.. 어떡하지?'
너무 긴장한 나머지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 하기도 한다.
무대 위에 선 K의 손엔 홀연히 극의 대본이 쥐어져 있다.
제목도 없이 텅 빈 대본.
극작가, 무대연출, 디자인, 분장, 소품, 의상 등의 역할엔 모두 K의 이름이 적혀있다.
1막은 이미 막이 내렸고, 2막부터 본격적인 K의 주도로 극이 진행되어야 한다.
대사도 거의 없으면서, 우스꽝스럽고 난해한 연기가 시작됐다.
그 때, 무대의 소음을 들은 관람객이 한두 명 극장으로 들어온다.
누구는 별 볼일 없다는 듯 다시 극장을 빠져나가고, 누구는 그 웃긴 모양새를 나름대로 흥미로워한다.
극의 주인공이 된 K의 연기 - 이자 발버둥 -은
외줄타기를 하듯 불안하게,
바람에 곧 꺼질 듯 꺼지지 않는 촛불처럼,
무대에 올라선 자신을 뿌듯해하면서 동시에 책망하며,
계속되고 있다.
어찌됐든 K로 인해 제 2막 (Act ii) 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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