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의 화음(불협)

2023-02-08 00:59

 

 

 일전에 의사 선생님이 나에 대해 하신 말씀이 문득 문득 되살아 난다.

‘재원씨는 겉으로는 고요하고 차분한데, 그 속에는 금방 폭발할 것 같은 용암이 들끓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그랬나.

객관화하지 못한 나의 모습이었다.

 

여러 어른들이 당신의 20대에 대해 하는 이야기들을 찾아 들어보면 하나같이 불안했다고들 한다.

불안은 안고가야 하는 것이겠거니, 하지만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다.

매일 처음 느끼는 감정인 마냥 머리를 헤집고, 몸을 무겁게 만든다.

잘 마주하고, 어루만지고, 보듬어야 하는데

최근엔 마주하지 못한 날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불안할수록 작업을 더 열심히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만사형통은 아니다.

쌓이고 쌓여 결국 몸이 경고 신호를 보내곤 한다.

 

물론 작업을 하는 행위가 결과적으로 불안을 다스리는 수련과 같은 역할을 해주지만

그 매듭을 짓기 위해선 반드시 지금처럼 글로 표출해야 함을 느낀다.

 

의사 선생님이 크게 공감했던 표현이 있었다.

한 발짝, 한 발짝 계단을 오를 때마다 발에 아주 진득-한 것이 잔뜩 묻어

온 힘을 다 해야 겨우 한 발 나아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그 때는 힘들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것이야 말로 순탄한 과정 아닌가.

방해하는 것은 나 자신 외에 아무것도 없다. 

 

생각이 아직 어리다.

발 밑의 진득한 것은 모두 내가 만들어내고 있던 것이다.

 

다시 하얀 백지를 꺼내들고 마음 가는대로 손을 놀리자.

 

불협화음이 언젠가 협화음처럼 들릴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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